[법조이사람] "매장 보고서 하나 뿐인 1963년 총기오발사고, 순직으로 밝혀내"

작성일
2020.11.09
조회수
16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상임위원 탁경국 변호사 [박해묵 기자]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세 살배기 딸과 한 살배기 아들을 둔 황 병장이 포상 휴가 30일을 다녀온 뒤 3일 만에 부대에서 죽었습니다. 사망 동기가 없었는데 ‘자해사망’으로 처리가 됐어요. 사건이 너무 오래 돼 ‘매장보고서’ 하나만 있었습니다. ”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위원회) 상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탁경국(51·사법연수원 33기) 변호사는 1963년 발생한 ‘황 병장 사건’ 얘기를 꺼냈다. 폐쇄적인 군 특성상 밝혀내기 쉽지 않은 사실을 추적하는 것도 그의 일이다.

담당 조사관은 황 병장이 근무했던 군부대를 찾았지만 이미 주소지는 옮겨진지 오래였다. 국방부의 협조를 받아 같은 부대 동료들을 수소문했다. 황 병장과 함께 근무했던 사람들은 쉬쉬하며 말을 아꼈다. 답을 피하는 동료들 가운데 유력한 진술을 확인했다. “당시 핵심 간부의 말을 확인했습니다. 야간 사격 훈련 중 사고로 사망한 사람이 있었는데 지휘 계통에 있는 사람들이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해 자해사망으로 처리했다는 것을 듣고는 퍼즐이 맞춰지더라고요.”

황 병장의 사례는 해방 이후 군 복무 중 숨졌으나 순직처리가 되지 않은 3만 9000명 사건 중 일부에 불과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으로 위원회가 2018년 9월 문을 열었다. 진정 접수 건수는 1800건. 검찰과 경찰, 국방부에서 파견 받은 조사관을 합쳐 110여명이 함께 있다. 조사관 1명이 사건을 하나 해결하기 위해 수개월의 품을 들여야 하다보니 아직도 1300여건이 미제로 남아있다.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상임위원 탁경국 변호사 [박해묵 기자]

탁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에서 탄핵소추 위원으로 활동했던 경력이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내곡동 사저 특검에서는 공소유지를 담당했다. 대법원 재판까지 하고 특검 사무실을 닫고 나왔다.

탁 변호사는 황 병장의 사례처럼 사고로 사망한 경우가 아닌 자해사망의 경우에도 순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군대에서 구타와 가혹행위를 받다가 자해사망한 경우를 생각해봅니다. 사회에 있었다면 자해사망했을까요. 아니라고 본다면 징병제를 운영하는 국가의 책임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겠습니까.”

탁 변호사는 병역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복무 부적합자들에 대해서 엄격하게 거를 필요가 있습니다. 조직적응능력, 자해사망 가능성 등에 대해서 판단하는 여러 척도가 있습니다. 국방부가 병역자원 등에 대해 고민이 많은 것은 알고 있습니다만, 완전 모병제로 이행하기 전 단계로 좀 더 과감하게 국가가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습니다.”

위원회의 활동 시한은 2021년 9월까지로 이제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탁 변호사는 위원회의 활동 시한을 연장해 줄 것을 국회에 요청하는 한편, 그간 쌓인 노하우를 통해 진상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탁 변호사의 다음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 “위원회의 활동에 전념해야지요. 지금 저희가 하는 활동 모두가 국민들의 세금으로 이뤄지고 있는 거니까요. 고령의 유족들께서는 애가 닳아서 지금도 안타까워 하세요. 유족들께서 건강하실 때 국가의 책임이 폭넓게 인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jin1@heraldcorp.com

탁경국 변호사는 ▷서울대 법학과 ▷법무법인 공존 ▷ 서울시교육청 행정심판위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소추 위원 ▷이명박 전 대통령 내곡동 사저 특검 특별수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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